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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불의 만남
- 우리민족의 선과 예술
이지산(도예가)
Ⅰ. 머리말
인간이 불을 발견한 이래 생활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불을 이용하여 흙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우리 생활에 필요한 용기(容器)들을 만들었다.
이것은 인류의 음식문화에 있어서 큰 사건의 하나이다. 식생활의 면에서는 전기의 발명보다도 더 경이로운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이전까지는 대체로 나뭇잎이나 나무그릇 또는 패각 등에 담아 먹다가 진흙으로 기물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흙이 마르면 더 단단해 지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물에 닿으면 그냥 다시 풀어져 버려 못쓰게 되자 불을 이용하게 되었다. 흙에 열을 가하면 더 단단해지고 새로운 물질로 변하여 물기 있는 것을 담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자기의 거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다.
도자기란 흙으로 구운 모든 기물(器物)을 말한다. 이것은 흙과 불의 만남이었다. 그릇은 '우주의 축소' 즉, '소우주'다. 생명을 가진 흙이 1200℃~1300℃의 화염 속에서 자신을 태우고 사람 곁에 오래 머물기 위해 제2의 탄생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릇은 만드는 사람의 혼이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의 정성과 숨결이 함께 할 때 태어난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도자기는 우리 문화의 맥을 이어왔다. 과거의 찬란했던 도자기 왕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 도자기의 역사, 만들어 지는 과정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우리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사랑 할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도자기는 굽는 온도와 태토의 굳기에 따라,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토기는 약 600℃~800℃ 정도에서, 도기는 800℃~1000℃ 그리고 석기는 약 1100℃이상의 고온에서 끝으로 자기는 약 1250℃~1350℃사이에서 구워진다.
Ⅱ. 토기와 자기의 역사
1. 신석기시대
토기는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들은 청자, 백자 혹은 분청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토기는 부장품이 아니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토기는 청자, 백자, 분청 그리고 오늘날 현대 첨단 도자의 출발점이자 근원이기에 이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청동기시대에 문자가 발명되었으므로 청동기시대로부터 역사시대로 보고 그 이전을 선사(先史)시대라 한다.
지구의 역사는 길지만 그 가운데 사람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만년전이며 이 때에 인류는 돌을 깨뜨려서 만든 타제석기를 썼기 때문에 구석기 시대라고 한다. 이 구석기시대는 기원전 8000년 경에 끝이 나고 토기가 사용되기 시작하는 신석기시대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의 시작은 대략 기원전 6000년 ~ 기원전 1000년경으로 본다. 신석기인은 구석기시대인의 채집, 사냥 단계에서 한단계 발달한 어로생활을 하였으며 후기에는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다. 즉 채집경제에서 생산경제로의 커다란 발전을 한 것을 의미한다.
석기도 마제석기(간석기)를 사용한 것을 보면 한층 더 생활도구가 본격적으로 발전해 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석기 시대는 토기의 사용으로 특징 지워진다. 신석기인들은 대체로 수변생활자(水邊生活者)였다. 주로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한강, 낙동강 등의 강가에서 그들의 유적과 유물이 발견된다.
토기의 모양은 U자, V자 모양이 대부분을 이루는데 이것은 이동하면서 모래를 파고 그릇을 세우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후기로 가면서 바닥이 평평해지고, 속이 깊은 그릇으로서 농경생활의 시작을 보여준다.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 토기는 빗살무늬토기인데 이 이름은 일본학자 藤田(후지다)가 독일어 Kammkeramik(Comb Pottery)를 토기로 번역한데서 유래한다.
빗살은 생선뼈로 새긴 문양이다. 빗살무늬는 물결을, 돌리무늬는 번개무늬 즉, 천둥번개라는 상서(祥瑞:복스럽고 길한 징조)로움으로 해석되며 여기에는 신석기인의 자연숭배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 시베리아, 만주 등지에서 동쪽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한반도에서 자생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연구를 근대적 학문으로 시작한 사람이 서양학자들이기에 모든 문화가 동쪽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더 연구할 과제이다. 지금 중국의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로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이 시대 토기의 흙은 운모가 많은 사질점토이며 노천에서 소성하였다. 무늬는 시간이 흐르면서 밑에서부터 차츰 없어지고, 큰 것은 입지름이 50cm 높이 40cm 정도까지 있으며, 성형방법은 코일링 성형과 테쌓기(ring building method)가 있다.
2. 청동기 시대
청동기 시대는 대개 기원전 1000년경 ~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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