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확산된
생활한복이 전통한복과 나란히 설빔의 대열에 올라서고 있고, 한복을 일정기간 빌려주는 대여업체도 잇달아 등장함으로써 전통적인 설빔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한복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주로 두가지. 우선 한벌에 40만∼70만원선인 전통한복에 비해 값이 10만∼30만원선으로
부담이 없고, 전통한복은 명주 등이 소재여서 손질과 보관이 어렵지만 생활한복은 물빨래가 가능한 제품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 중에
선택만 하면 되는 기성복의 장점도 생활한복의 인기요인에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생활한복 분야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소재의 차별화.
생활한복이 태동되던 8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주류를 이뤄온 면제품이 생활한복의 이미지를 ‘값싼 옷’으로 만들어왔다는 데 주목한
‘질경이’‘돌실나이’ 등 생활한복 브랜드들이 명주 양단 등 전통한복 소재를 활용한 ‘잔치옷’으로 고급화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하나의
흐름은 보다 양장에 가까운 소재로 생활한복을 일상 외출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오랫동안 이탈리아에서 활동을 하다가 귀국,
97년부터 생활한복 ‘달맞이’의 디자인실장을 맡아온 신영진씨는 “서민옷으로 정착한 생활한복이 양장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한
계절만 지나면 후즐근해지는 면 대신 오랫동안 입을 수 있고, 외출복으로도 품위가 있으며, 양장을 입은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가 올 겨울 선택한 소재는 울과 실크, 벨벳. 그는 누비마고자에 진바지와 호피문양 목도리를 조화시키는 등
생활한복과 양장을 섞어 입는 ‘퓨전패션’도 생활한복의 확산을 위해 추천한다.
한복대여문화를 선도하는 업체는 전통한복을 취급하는
서울 신촌의 ‘황금바늘’(02-717-3131).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고급명주와 손자수로 만든 여자한복을 6만∼10만원, 남자한복을
8만∼12만원에 대여해준다. <이형숙기자>